한인 성당들도 ‘연도 기도’로 애도·추모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한인 가톨릭 교계는 즉시 ‘연도 기도’를 진행하는 등 애도와 추모를 표하고 있다. 연도 기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가톨릭 장례 절차에서만 볼 수 있는 의식이다. 소위 ‘위령 기도’로도 불리는데, 고인을 위한 기도를 음률에 얹어 부르는 행위다. LA 지역 그레고리 성당은 이날 오후 7시에 연도 기도회를 진행했다. 이 성당의 김요한나 사무국장은 “주임 신부님의 결정에 따라 교황을 기억하기 위한 연도를 약 50분간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며 “교황 선종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곧바로 800명 이상의 출석 신자들에게 연도 공지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LA 지역 한인 가톨릭 신자들은 이날 오전에 성당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교황의 선종 소식과 안타까움 등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투헝가 지역 성 마태오 한인 천주교회의 정미나 사무국장은 “성당 단체 카톡방에서 오전 6시부터 교인들끼리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선종을 애도하는 메시지들이 줄을 이었다”며 “다들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며 연도 진행 여부를 묻는 신자들이 많아 성당 측은 스케줄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LA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 “내 마음은 LA 주민들과 함께한다”며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또 교황은 생전 LA 지역에 가톨릭 신자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7명의 보좌주교를 임명한 바 있어, 남가주 지역 신자들은 더욱 깊은 슬픔을 드러내고 있다. 호세 고메즈 LA 대주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1월 산불이 발생했을 때 교황이 기도와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넸고, 그가 보여준 친절과 돌봄에 감사하다”며 “교황은 LA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안에 대해 각별하게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미주 지역 가톨릭계는 교황 선종 이후 9일간 매일 오전 6시 30분마다 아침 기도를 진행하기로 했다.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기 위해 가톨릭 신자들이 아침마다 묵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김재동 부제(백삼위 한인 성당)는 “폐렴 때문에 고생하다가 회복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는데, 갑작스러운 선종 소식에 슬픔이 앞선다”며 “그래도 신자들 사이에서는 교황이 부활절 미사에 참여하고 떠났기에 한마음으로 기도하자는 의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종파를 떠나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는 종교인도 있다. LA지역에서 노숙자 지원 사역을 하는 성공회 김요한 신부는 “교황은 늘 약자들을 위해 헌신하셨다”며 “교황이 선종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하루 금식 기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가주 지역에는 성 토마스 한인 천주교회, 성 요셉 한인 천주교회, 성 바오로 한인 천주교회, 성 아그네스 한인 성당 등 20여 개의 가톨릭 성당이 있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10만2245명(2023년 기준)의 신자가 있다. 가톨릭 신자인 김유선(LA) 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매우 서민적이었으며, 의전 차량 대신 경차를 탈 정도로 검소했다”며 “사회의 소외된 자들, 낮은 자들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큰 희망이 됐다. 그의 죽음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깨달음을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완료 한인 연도 기도회 한인 성당들 한인 가톨릭계